EXHIBITION
TTE ART GALLERY INVITATIONAL EXHIBITION
조귀옥
<Wildflowers, waiting for Bloom>
2025. 03. 17 - 2025. 03. 28
▫조귀옥
< Wildflowers, waiting for Bloom >
들꽃, 너를 기다리다
Wildflowers, waiting for Blooming
삶은 어떤 모습일까.
나무에서 숲으로, 숲에서 산으로, 산에서 자연으로 시선을 옮겨가면 자연 속의 생명체들은 허무할 정도로 작고 연약하다. 시공간에서 인간의 삶 또한 그렇다. 삶의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삶의 무게와 속성들이 내면을 점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연 속 생명체 중에서 작고도 연약한 야생화가 말을 걸어왔다. 이름도 없이 조용히 꽃을 피우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들. 일부러 살펴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이름도 모르는 야생화를 통해서 당신과 나의 삶을 되돌아 본다.
들꽃, 오로지 꽃을 피워낸 그 순간에 존재할 수 있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이곳에 꽃이 피어 있었다는 것을 누구도 알지 못한다. 자신도 한 번은 꽃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그 순간만으로 꽃의 존재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 고단한 생명의 삶이다. 그러므로 야생화는 나의 모습이자, 타인의 모습이다. 다시 말해 나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거대한 시공간 속에서 하찮고 보잘 것 없지만, 희로애락을 느끼고 경험하며 생명을 영위해나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나는 이러한 생명력의 경이로움과 삶에 대한 강인함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의 시공간들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했다. 배경에 다양한 색을 덮고 또 덮어가는 반복과정을 통해 순간의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긴 시간을 드러냈다. 이러한 배경색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온전히 담아내며 시공간의 변화를 기록하고자 했다. 이렇게 덮고 또 덮어가며 켜켜이 쌓아가지만, 이전의 배경 색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의 캔버스에는 공허함이 있다. 이곳에 심연의 자연 공간을 생각하며 채워나간다. 때로는 하늘이 품고 있는 색을 선택하고, 때로는 야생화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땅의 공간을 색채로 옮기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야생화 옆에 자리 잡은 호수의 물빛에서 가져오기도 한다. 깊은 밤을 지나 새벽의 푸르스름한 하늘은 차가운 색채에서도 서늘한 순색의 빛을 빌려 캔버스로 옮겨간다. 어느덧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며 온도가 올라갈수록 공기의 부드러움이 더해지는 만큼 배경의 색채에는 따뜻한 명도를 더 하여 온기를 더했다. 한낮의 하늘은 태양의 에너지를 가득 담고 있다. 온기로 인해 조금씩 따뜻함을 더해가던 새벽의 순색 위에 불타는 태양의 에너지를 담은 색채가 더해진다. 터질 것 같은 에너지의 색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운 뒤 그 열기를 덜어내기 시작하면 다시 공기 중에는 푸르스름한 서늘함이 조금씩 채워진다. 자연의 하늘과 땅속에는 한 시점의 온도와 에너지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의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거기에는 우리가 견뎌야 했던 숱한 시간과 에너지들이 배경의 색채로 함께 기록되고 있다.
한편 차가운 공기에는 서리와 물방울도 숨어 있다. 어느 추운 날에는 눈송이가 흩날릴 때도 있다. 무게를 느낄 수 없는 공기는 캔버스를 채운 색채의 가벼움으로 느껴지지만, 무거워진 공기는 어느덧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 같은 형태를 나타내고 어깨를 짓누를 정도의 무게감을 가진다. 겨울의 공기는 차갑고 가볍지만, 눈송이들이 흩날린다. 한자리에서 눈을 맞고 나면 야생화의 줄기, 잎, 꽃잎 위에 눈송이가 쌓인다. 야생화 모양의 눈사람이 생겨난다. 때로는 새벽에 야생화의 잎과 줄기에는 얼음 알갱이들이 달라붙는다. 사람의 눈으로 보일 만큼 큰 알갱이를 섞어 야생화의 시간에 눈발을 날리고 밤새 생긴 서리를 표현한다. 계속해서 생명을 영위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차가운 공기 속에 숨겨진 서리와 눈송이는 오히려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야생화의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드러낸다. 차갑고 혹독한 환경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눈과 서리가 만들어내는 모양 그대로 보여준다. 눈과 서리로 뒤덮였기에 오히려 우아하고 차가운 겨울의 야생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고통과 고난 속에서 저항 대신 묵묵히 받아들이며 다시 피어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삶의 태도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표현을 위한 도구로 나이프를 선택했다. 자연에서 하늘의 색상과 공기의 질감은 뚜렷한 경계 없이 공간 전체를 채우며 변한다. 옮기고 싶은 자연의 시간이 결정되고 나면 그때의 자연 모습과 가장 닮아있는 색채와 질감을 팔레트 위에서 만들어낸다. 팔레트 위의 물감은 하늘을 물들이는 태양이나, 액체를 물들이는 잉크 방울처럼 캔버스 색채의 근원이다. 색채가 팔레트 위에서 결정되고 나면, 나이프로 캔버스 위에 얹어 공기가 공간을 채우는 것처럼 캔버스를 채운다. 색채를 그대로 떠다가 옮겨 펼치는 과정으로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았다. 나이프로 물감을 얹고 긁어내며 색을 쌓아가는 과정은 자연의 시간과 변화를 담아냄과 동시에, 우리의 삶 속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하나의 색을 담고 나면 또 다른 색으로 그 위를 덮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우리가 겪어낸 시공간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변화의 과정을 색채 아래에 감춰둔다. 대상을 바라볼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그 시점의 순간과 그때 대상의 모습뿐이다. 변화의 과정을 전면으로 드러내면 그것 또한 하나의 순간이 된다. 드러난 것은 개화 과정에서의 어느 시점과 그 순간 자연이 보여주는 색채인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개화를 기다리며 겪은 자연의 시간이 감춰져 있다. 야생화의 개화는 서글프다. 그러나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숭고함이다.
다양한 색들이 순서대로 칠해지고 켜켜이 쌓이는 과정에서 색이 가진 분위기, 에너지, 빛은 물감의 질감과 두께로 남아있다. 겉으로 드러난 색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감춰진 작업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을 숱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색을 담고 나이프로 그 위에 또 다른 색을 덮어가는 과정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드러내고 감추고 다시 또 반복하는 과정도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 시간은 나에게 있어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나이프의 끝에서 사라지는 야생화의 소멸은 슬픔이 아니다. 고단했던 삶을 마무리하고 배경으로 돌아가 또 다른 생명의 생성을 준비하는 삶은 자연의 이치, 그 자체이다.
드러냄과 감춤의 진정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름 없는 야생화처럼, 잠시 자신을 드러내어 피어난 뒤 사라지지만, 그 안에 감춰진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야생화의 개화를 통해 삶 속에 숨겨진 고통과 환희, 그리고 숭고함을 표현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한다. 나 역시 묵묵히 나만의 색채로 삶의 여정을 걸어가며, 화폭 위에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캔버스에 담긴 야생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면을 비추는 거울이며,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은 불꽃이다. 비록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름 없는 야생화처럼 내 작품들도 세상에 조용히 자리할지라도 그 안에는 진실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은 생명들의 순환 속에서 나와 당신의 삶에서 한 번은 찾아왔던 찬란한 개화를 기억하며 묵묵히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들꽃, 너를 기다린다...
ARTWORK

김지혜 - 회복의 시간 : 원초성의 회복(25.03.01 - 25.03.13)

한혜선 - 나무 그리고 꽃(25.02.03 - 25.02.26)

이명순 - 해학에세이(25.01.07 - 25.01.27)

최희정 - A Space Between(24.12.17 - 25.01.03)

문수만, 박상희, 방은겸. 백진. 장영은. 정혜진 - 6 Petits Lutins(24.12.02 - 12.14)

백진 - COSMIC FIELD WITHOUT WORDS 말 없는 우주들판(24.11.16 - 11.28)

故김성욱 - 緣 인연_연(24.11.01 - 11.12)

문수만 - 靜·中·動(24.10.02 - 10.30)

장영은 - 아카이브를 짓다(24.09.20 - 09.30)

홍순주 - 결(24.09.03 - 09.14)

신인식 - 나뭇결 사랑 II(24.09.03 - 09.14)

백세흠 - 간단한 사진전(24.08.17 - 08.29)

Fen-Yu Jen - Missed (24.08.17 - 08.29)

백수은 - 함께 푸른꿈 (24.08.17 - 08.29)

방은겸, Lydia Lee, Jay Chung - 초월 (24.08.01 - 24.08.29)

장대현 - 캔버스는 비트(Bit)다 (24.07.16 - 24.07.29)

윤챙 - 마음풍경, 만화경의 꿈 (24.07.02 - 24.07.13)

신혜경 - 유랑자의 탐험 (24.07.02 - 24.07.13)

채혜선 - 꿈꾸는 룽키 (24.06.15 - 24.06.26)

오병욱 - Pharmakon: Blue, Orange, Purple (24.06.01 - 24.06.13)

전병현 - Blossom field (24.05.01 - 24.05.31)

정혜진 - 치열한 사랑, 4월 (24.04.15 - 24.04.27)

김상경 - 소녀와 레후아-landscape in Jeju and Hawaii (24.04.01 - 04.12)

정지현 - 시간의 숲 (24.02.16 - 24.02.27)

이윤경 - 개를 기르는 사람 (24.02.16 - 24.02.27)

이주연 - Echo Beyond Time 2024 (24.1.31 - 24.2.13)

허욱 - 첨첨 添添 (24.1.15 - 24.1.28)

문수만, 백진, 전병현 - 쁘띠 뤼땡 ( 23.12.16 - 1.12)

신형석 - Small Talk (23.11.30 - 12.13)

한원식 - 무심한 일상 (23.11.15 - 11.28)
ARTIST'S NOTE
특별하거나 혹은 평범하거나
많은 풍경들을 지어내는 우리의 무심한 일상들.
식사를 하고, 차 한잔을 나누고, 온종일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배낭과 트렁크를 끌어안고 버스를 기다리며 여행을 시작하고
호젓한 골목에서 모델처럼 독사진을 찍어보고
미술관에 들러 골똘히 그림 속 세상을 여행해 보기도 하고
햇살 강변에 앉아 평화롭게 말을 섞기도 하고
여럿을 핑계로 흥겨운 군무를 추기도 하고
소란한 시장통에 들러 승산 없는 흥정을 하기도 하고
붓 끝과 조각도 끝에 생각의 리듬을 옮겨 놓기 위해 몰입하고
아니면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고…
2022년,2023년 Paris, Annecy, Rome, Amalfi, Firenze, Montepulciano, Verona, Cinque Terre, Aix en Provence 여행중에 눈과 마음에 담아 두었던 아까운 순간들의 사라짐을 아쉬워하며 화폭에 옮겨본다
ARTWORKS

문수만 - connecting the dots (23.11.1 - 11.14)

박승순 - 공간설계, 마주한 아름다움 (23.10.16 - 10.30)

FANFARE - TTE ART Gallery group exhibition (23.10.5 - 10.14)

노정연 - 걸어서 가는 거리 (23.9.13 - 9.27)

오광인교 - TTE ART Gallery group exhibition (23.8.30 - 9.11)

박효민 - real human being (23.8.12 - 8.28)

송인옥 -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23.7.21 - 8.9)

신현숙 - Eternité, microcosmacrocosme(대우주) - microcosme(소우주) (23.6.30 - 7.18)

허욱, 정다운, 코마 - 색채일상 (23.6.15 - 6.29)

배수영 - 나(我):비(飛):야(yeah!) (23.6.1 - 6.13)

한혜선 - 그림 이전의 그림 (23.5.15 - 5.30)

전병현 - Memorial 57~ (23.5.1 - 5.14)

김선태 - 너무 익숙한 불안 (23.4.15 - 4.29)

정충일 - 순환의 여정 들숨과 날숨 의 인간학 (23.4.1 - 4.13)

이용선 - 나를 가장 자유롭게 하는 시간 속으로 (23.3.16 - 3.30)

Bhawani Katoch - Mystic Horizons (23.3.2 - 3.14)

고자영 - 이름 없는 정원 (23.2.15 - 2.28)

손예인 - Skin&Surface: the earliest days (23.2.15 - 2.28)

공병 - 영혼은 무형이다 (23.2.1 - 2.13)

7on - TTE ART Gallery group exhibition (23.1.17 - 1.30)

김병진 - The epic of life and death in war (23.1.2 - 1.15)

방은겸 - Apple Salon (22.12.16 - 12.30)

백진 - Milky Way (22.11.30 - 12.14)

장대현 - [O]-[Q]: Hologram Universe (22.11.15 - 11.28)

김상경 - landscape in Jeju and Hawaii with friends (22.11.01 - 11.13)

국대호 - PURE : color (22.10.15 - 10.29)

이태경 - IF LIFE (22.10.1 - 10.13)

김정범 - Familiar&Unfamiliar III (22.9.17 - 9.29)

박재범 - 부분과 부분 (22.8.29 - 9.14)

문수만 - Connecting the dots (22.8.1 - 8.27)